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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프리랜서다.
수업이 있을 때 출근해 일을 하고 수업이 없는 시간은 내 나름 활용할 수 있다.
오전 수업을 마치고 집에 와 점심을 먹고, 휴식을 취하다가 오후 수업을 가려고 집을 나섰다.
근데 그 순간 전화가 울렸다.
그리고 캔슬이 났다.
시계를 보니 다음 수업시간까지 약 1시간정도의 여유가 있다.
이렇게 생각지도 못한 시간이 갑작스럽게 주어지면 이 시간은 귀하디 귀한 황금시간이 된다.
그리고 이 황금시간을 잘 보내기 위해 고민을 한다.
'뭐하지? 이 황금시간에 뭘할 수 있지? 뭘하면서 보내야 내가 뿌듯하게 느껴질까?'
이런 고민.....
그런데....문제는.....
이런 생각을 하다가...
생각만 하다가!!
시간이 간다.
뭘할지 정하다가.....
순위를 새겨보다가 시간만 간다.
그것이 문제다.
일단 오늘의 이 황금시간에는 컴퓨터를 켜 글을 쓰고 있다.
나는 다른 직장인들에 비해 활용할 시간이 많은 편인데, 잘 활용하지 못한다는 죄책감을 항상 가지고 있다.
어떤 사람은 10분만 있어도 책을 읽으며 그 시간을 활용하고, 10분 동안에도 창의적이고 효율적인 일을 하면서 시간을 알뜰히 허투로 사용하지 않는데,
나는 항상 이 시간을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고 보내는 것 같아 그 사람들과 비교되고 죄책감이 든다.
그래도 뭐라도 하려고 하는데...
어떤 날은 청소를 하고, 어떤 날은 빨래를, 어떤 날은 글을 쓰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나면 그나마 그 죄책감에서 벗어나 조금의 뿌듯함을 느낀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시간 좀 그냥 허비하면 어때?
어떻지?
음....어떨까?
..............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겠지?
..................
그러면 내가 두렵겠지?
....................
뭐가 두렵지?
.............그냥 이렇게 살게 되는 것.
.
.
.
.
......그냥 이렇게 사는 것......
그것이 두렵나보다.
좀 더 내가 바라고 있는 모습으로 살기 위해 그렇게 나아가기 위해 뭔가 움직이고 해야한다는 생각.
그 생각이 시간을 허비 하면 안된다는 압박으로 나를 쪼고 있나보다.
그렇다고 막 시간을 10분 단위로, 30분 단위로 뭔가 쪼개서 이것 저것 하긴 싫다.
나는 하나를 하면 하나에 몰두하고 끝을 봐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다.
그런 나를 바꾸고 싶지 않다. 그게 좋으니까....
에휴........
인정해야한다.
나는 절대 부지런한 사람이 아니다.
일단 오늘은 글을 쓰며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허비하고 있다는 죄책감은 들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자신이.... 나에게.... 조금은 봐줬으면 좋겠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간이 흘러가도.... 시간을 허비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
매일을 그렇게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는 건 아니니깐.....
그리고 그 시간에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그 행동들이...
나 자신만을 위해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것이니깐....
낮잠을 자거나, 좋아하는 유투버 영상을 보거나, 좋아하는 옷구경을 하거나, 보고싶었던 드라마를 보거나...
그런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면서 보내는 그 시간이...
나에게 눈에 뛰는 결과물을 즉각적으로 보여주진 못하지만...
그렇게 시간을 보냈으므로 내 자신에게 다시 힘내서 움직일 동기를, 에너지를 준다는 것을...
나 자신에게 투자하는 시간임을....인정해주길....
그래서 때로는 그렇게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을 때....
죄책감이 아닌 뿌듯함으로 웃으며 봐주길....
나자신에게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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