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 9. 9.

    by. 진쭈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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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로 인해 잠시 느슨해졌다가 다시 끈을 쪼이기 시작한지 2일째.

    가을바람과 함께 아들을 유치원에 보내고 집으로 돌아와 간단히 정리정돈 후 빨래를 돌리며 커피한잔의 여유를 가졌다.

     

    "띠리리리리~"

     

    빨래 다 했다고 우는 세탁기 소리에 몸을 일으켜 움직이다가 밖을 보게 되었다.

    우리집에서 밖을 보면 제일 먼저 학교와 운동장이 보인다.

     운동장에는 코로나로 인해 한동안 학생들을 볼 수 없었는데, 오늘은 체육복을 입은 학생들이 보였다.

    체육수업을 하고 있나보다.

     

    그 순간 어디선가 뭉클뭉클한 감정이 올라오며, 학생 때의 내 모습이 눈앞에 그려졌다.

     

    학생때의 나는 체육을 참 좋아했다.

     

    다른 수업시간 때는 티나지 않게 다른 생각도 하고, 멍하게 앉아있다 졸기도 하면서 그 시간을 버텼다.

    하지만 체육 시간의 나는 초롱초롱 참 활기찼다.

     

    살이쪄 곧 터질 것 같은 교복을 벗어던지고 편안한 체육복으로 갈아입던 순간.

    갑갑했던 교실을 나와 신발장에서 하얀 운동화를 꺼내 신나게 운동장으로 향하던 순간.

    나란히 줄을 서서 익숙한 구호에 설렁설렁 준비 운동 하던 순간.

    선생님 말하는 중간중간 단짝친구들과 함께 눈빛과 손짓으로 장난치던 순간.

    체육에는 자신있었던 만큼 누구보다 잘 할 수 있는 자신감.

    그리고 성공했을 때의  희열감.

    일찍히 수업이 끝나면 큰 나무 밑 그늘에서 친구들과 수다떨며 즐기던 순간.

     

    참 좋았다.

     

    지금 생각해보니 학생인 나에게 있어 힐링이자 행복은 체육시간 이였나보다.

    당시는 그 순간이 행복인지 전혀 몰랐는데...

    행복은 그저 친구들과 놀러가고, 좋아하는 연예인을 보고, 시험점수가 좋으면 그게 나를 기분 좋게 하니 그것들이 행복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다른 수업 때의 내모습은 그렇게 즐겁게 기억되지 않아도

    체육수업할 때의 나는 참 즐겁게 기억이 난다.

    활짝 웃고 있는 내모습이..... 떠오른다.

     

     

    30대 중반이 된 지금.

    체육을 좋아하던 학생은 지금 어딘가에 꽁꽁 숨었다.

    지금은 몸을 움직이는데 있어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보다는 다칠 것 같은 두려움에 쉽게 용기내기 조차 쉽지 않다.

    해냈다는 희열감보다 다쳐서 고생할 내모습이 먼저다.

    덕분에 움직임이 줄어 체력도 많이 떨어졌고 그만큼 의욕도 줄어들었다.

    그냥 새롭게 몸을 움직이면서 체력을 소모하는 것이 귀찮은 일이 되어버린 것 같다.

     

     

    남편과 한번씩 "과거로 돌아가면 언제로 돌아가고 싶어?"라고 물어보곤 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지금 이 순간이 좋기에 "없어."라고 대답했었다.

    그런데 오늘의 나는 "있어."라고 대답할 것 같다.

     

    나에게 과거로 돌아가 1시간이 주어진다면....

    고등학생 시절 체육수업으로 돌아가 친구들과 함께하는 그 순간을 마음껏 즐기고 싶다.

    그렇게 아무걱정없이 행복함으로 온몸 가득 채우고 싶다.

     

    할머니가 되면 지금 30대의 이 순간을 그리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 과거로 돌아가 추억에 행복함을 그리워하지 말고,  지금 이 순간 소소한 행복으로 가득 메우면 되지만....

     

    지금 당장은 코로나로 인해 먹고 살 걱정, 수업걱정, 보강걱정, 미래에 대한 걱정 등등으로 매우 피곤한 상태이다.

     

    휴.....

     

     

    잠시나마 걱정거리에 묻혀있는 나를 꺼내 과거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나를 보게 해준 체육시간에 감사해야겠다.

     

     

     오늘 생각난 김에 체육시간을 함께 했던 내 단짝들에게 안부문자를 보내봐야겠다.

     

    "다들 잘 지내고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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